[절세가인] 내연녀 세금을 '조강지처'가…이 무슨?
◆ 상속세 납세의무자
세법을 해석·적용하다보면 세법에서 의도하는 바와 달리 엉뚱한 사람이 세금을 부담하게 되는 사례를 볼 수 있다. 필자가 겪은 사례 중에는 여러 형제 중의 한 사람이 부친의 사업을 승계 받아 성공적으로 운영하던 중에 갑자기 암 선고를 받게 되자, 다른 형제들이 병상에서 사경을 헤매는 형제의 지분(주식)을 빼앗다시피 하여 넘겨가고, 곧 이어 병중에 있던 형제가 사망하게 되자 사망한 형제(피상속인)의 배우자와 자식들은 다른 형제들에게 넘어간 지분과 관련된 상속세를 모두 떠안게 되었다.
또 다른 사례는 재산을 많이 모았던 어떤 분이 가족들 몰래 내연녀에게 먹고살 만큼의 재산을 챙겨주고 사망하였는데, 과세당국이 상속세조사를 하면서 그 사실이 드러나 그 내연녀가 받은 재산과 관련되어 부과된 상속세를 본처와 정실의 자녀들이 부담하게 되었다. 이런 사례들은 공통적으로 사망하기 전에 상속인이 아닌 사람에게 재산을 증여한 경우에 발생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재산을 증여받으면 그 재산을 증여받은 사람이 증여세를 부담하고 그 증여자가 사망하면 그 증여재산가액은 상속재산가액에 가산하여 상속세로 과세하되, 이미 납부한 증여세는 상속세 산출세액에서 공제해 준다. 이렇게 과세할 때 상속세는 상속인뿐만 아니라 유증이나 사인증여로 재산을 취득한 수유자에게 부담을 지우게 된다.
따라서 상속세는 상속재산을 물려받은 상속인이 부담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유언이나 생전에 계약에 따라 재산을 증여받기로 하고 증여자의 사망으로 효력이 발생하는 사인증여의 경우에는 수유자에게는 증여세가 아닌 상속세로 과세하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과세원리에 따라 상속인이 아닌 사람이 유증이나 사인증여를 원인으로 재산을 취득하지 않는 한 생전에 증여받은 재산가액은 상속재산가액에 가산하여 상속세로 정산하며, 누진세율의 적용으로 늘어난 상속세는 고스란히 상속인의 몫이 된다.
◆상속인의 결정과 상속세의 납부
상속은 상속인이 피상속인의 재산 등을 포함하는 권리·의무를 포괄적으로 승계하는 것을 말하는데, 상속인은 민법에 따라 피상속인의 직계비속, 직계존속, 형제자매, 4촌 이내의 방계혈족 및 배우자가 그 순위에 따라 결정된다. 상속인의 대상이 여러 사람인 경우에는 그 가운데 가장 가까운 근친이 상속인이 되고, 배우자는 혈족이 아닌 당연 상속인이 되어 피상속인의 직계비속 또는 직계존속과 같은 순위로 공동 상속인이 된다. 상속 순위에 따라 상속인이 결정되면 그 다음 순위의 사람은 상속인이 될 수 없다. 따라서 상속인이 아닌 사람은 유증이나 사인증여에 의하지 않고서는 재산상속을 받을 수도 없고 상속세 납세의무도 발생되지 아니한다.
상속인에게 상속세를 과세할 때 상속세과세가액은 상속재산가액에서 공과금, 장례비, 채무 등을 뺀 금액에서 피상속인이 상속개시일 전에 10년 이내에 상속인에게 증여한 재산가액과 상속개시일 전 5년 이내에 상속인이 아닌 사람에게 증여한 재산가액을 더하여 계산한다.
상속세는 상속세 과세표준에 세율을 적용하여 계산하게 되는데, 상속세 세율은 증여세와 동일하게 과세표준 1억원 이하의 경우에는 10%로 적용하고, 30억원 이상인 경우에는 최고 50% 세율을 적용한다. 이러한 누진세율의 적용으로 상속인이 아닌 사람이 생전에 증여받을 때는 낮은 세율로 증여세가 과세되었더라도 상속재산가액에 가산하여 상속세를 과세할 때는 상속세 과세표준의 크기에 따라 높은 세율이 적용될 수 있고, 높은 세율 구간의 적용으로 상속인이 아닌 사람에게 생전에 증여한 재산과 관련한 상속세가 추가 발생되는 경우에는 이를 상속인이 부담하게 된다.
◆절세전략
이상과 같이 상속인이 아닌 사람에게 상속개시일 전 5년 이내에 증여한 재산가액은 상속재산가액에 가산하여 상속세를 과세하되, 이미 납부한 증여세는 상속세 산출세액에서 공제해 준다. 이렇게 하여 상속세 납부세액을 계산하지만 상속인이 아닌 사람에게 증여한 재산과 관련된 상속세 납세의무는 발생하지 아니한다. 이와는 달리 증여자의 사망에 따라 효력이 발생하는 유증이나 사인증여의 경우에는 수유자에게는 증여세로 과세하지 않고 상속세로 과세하게 되어 수유자도 상속세 납세의무자가 된다.
따라서 상속을 받은 사람이 상속받은 재산의 정도에 따라 공정하게 상속세를 부담하도록 하려면 상속인이 아닌 사람에게 재산을 물려줄 때는 유언이나 사인증여의 방법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손자 등과 같은 젊은 사람에게 생전에 증여를 하고자 할 때는 증여하는 사람의 건강상태 등을 고려하여 장기간에 걸쳐 계획상속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김완일 세무사 (sejung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