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소각과 실질과세원칙
◎ 이익소각에 대한 국세청의 과세동향
국세청에서는 법인의 대표이사 등이 배우자 등 가족에게 주식을 증여하고, 해당 법인은 주식을 증여받은 배우자 등으로부터 그 주식을 취득하는 이른바, ‘자기주식’을 취득한 다음 이를 소각한 유형에 대해 2021년에 한 차례 점검을 하였고, 최근에 또다시 점검을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러한 점검의 배경은 배우자에게 주식을 증여하는 경우에는 6억원의 증여재산공제를 받고, 과세표준이 낮은 단계에서는 세율이 다른 세목보다 낮아 세금이 없거나 부담이 크지 않으며, 주식의 대가와 취득가액과의 차이가 발생하지 않아 의제배당도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여 조세회피유형으로 보는 것으로 생각된다.
국세청에서는 일선 세무서를 통해 자기주식 거래에 대해 납세자로부터 소명을 받고, 그 거래의 내용이 조세회피의 유형으로 판단되는 경우에는 세무조사를 통해 과세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세무서로부터 소명 요청을 받은 납세자들은 실제 내용을 확인하여 소명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고, 아직까지 소명 요청을 받지 않는 경우에는 언제 세무서로부터 소명 요청이 있을지 염려하기도 한다.
이러한 국세청의 점검으로 자기주식 거래가 조세회피유형으로 부정적인 인식을 갖게 되면 컨설팅 소재로 활용하는 잠재적 수요자는 상당한 기간동안은 컨설팅 시도를 포기할 수도 있다. 이러한 점검과는 성격이 다르지만, 세법에서는 감정평가의 대상을 법률에서 정한 바도 없이 국세청이 내부적으로 비밀스럽게 관리하고 있는 기준에 따라 꼬마빌딩 등에 대해 감정평가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반영하여 상속세나 증여세를 결정하고 있다.
이러한 국세청의 방침에 따라 그동안 기준시가를 적용하여 적법하게 신고하던 세무사들도 추후 감정평가를 통해 추가 고지가 우려되어 위험을 회피할 목적으로 납세자의 재산권 보호를 해야 하는 사명도 망각한 채 오히려 앞장서서 감정평가를 의뢰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국세청의 감정가액 적용에 따른 수많은 분쟁사건에 대해 판결은 미루고 있어 그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이고, 자기주식의 거래와 관련한 분쟁도 이와 유사한 과정을 거쳐 오랫동안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자기주식의 거래와 관련하여 컨설팅을 시도하거나 국세청으로부터 점검을 받고 있는 경우와 관련하여 그 실태를 분석하고, 추후의 컨설팅에 대비할 기준을 정리하고자 한다.
◎ 이익소각에 대한 국세청의 과세 논리
최근 국세청에서 자기주식 거래에 대해 점검할 때 예시한 사례들은 대부분 배우자에게 주식을 증여하고, 해당 법인은 그 주식을 취득하고 소각한 것에 대하여 수증자가 신고한 증여세 신고내용은 부인하고, 자기주식의 거래가액과 증여자의 취득가액과의 차액을 의제배당으로 하여 증여자에게 종합소득세를 부과한 것들이다. 이러한 사례들은 대체로 법인으로부터 자기주식의 취득에 따라 받은 금전으로 대표이사의 가지급금을 상계한 것으로서, 이를 부인하는 결정내용은 대체로 일정한 계획하에 배우자를 통하여 구조를 조정하거나 통제할 수 있는 의사결정 권한을 가지고 있고, 증여일부터 자기주식 취득 및 소각시점까지 2~3개월 이내에 이루어졌으며, 일련의 행위들이 각 당사자의 독립적인 의사결정에 따른 것이라기보다 사전에 예정된 청구인들의 의사결정에 따라 순차적으로 이루어진 것에 불과하며, 따라서 당초에 주식을 증여하고 그 주식을 법인이 취득하고 이를 소각하는 일련의 과정은 조세를 회피할 목적 이외에 다른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 조세회피행위에 대한 규제와 법원의 판단
납세자는 조세법규가 예정한 바에 따라 합법적인 수단으로 조세 부담의 감소를 도모하는 행위를 절세라고 한다. 절세와는 달리 탈세는 세법에서 정하는 과세요건 사실에 따라 세금을 납부하여야 함에도 국가가 세금징수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불법적인 방법을 사용하는 행위를 말한다.
탈세와 유사한 개념으로 조세회피행위는 납세자가 경제인의 합리적인 거래형식에 의하지 아니하고 우회행위, 다단계적 행위, 기타 비정상적인 거래형식을 취함으로써 통상적인 행위 형식에 의한 것과 동일한 경제적 목적을 달성하면서 조세의 부담을 부당하게 감소시키는 행위를 말한다.
이러한 조세회피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가장행위이론에 의하여 해결하거나, 세법 규범의 목적적 해석을 통해 해결할 수도 있고, 입법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입법적인 해결은 예를 들어 개인이 사업장으로 사용하던 건물을 배우자에게 증여하고 증여자로부터 임대료를 받으면 가족간에는 소득이 분배되어 누진세율의 적용에 따른 절세를 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증여에 대해서는 증여재산공제를 받게 되고, 추후에 양도를 한다면 증여재산가액이 양도차익을 계산할 때 취득가액이 되어 양도소득세도 절감할 수 있다.
이에 대해 배우자 및 직계존비속, 특수관계인에게 소득세법 제97조의2 제1항이나 같은 법 제101조 제2항에서는 자산을 증여한 후 그 자산을 증여받은 자가 그 증여일부터 5년 이내에 다시 타인에게 양도한 경우에는 이월과세를 하고, 금년부터는 10년 이내로 그 범위를 확대하였다. 그리고 2025년부터 시행 예정인 금융투자소득세의 경우에도 소득세법 제87조의13 제1항에서는 양도일부터 소급하여 1년 이내에 그 배우자로부터 증여받은 주식등의 양도에 따른 양도소득금액을 계산할 때의 필요경비는 배우자의 취득 당시 금액으로 하도록 하고 있다.
최근에는 실질과세원칙을 활용하여 조세회피행위를 방지하고자 하는 시도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실질과세원칙은 과거에는 법적 실질로 이해하였으나 최근에는 경제적 실질로 이해한 판결들이 과거에 비해 증가하고 있고, 국세기본법 제14조 제2항과 제3항에 따른 “제3자를 통한 간접적인 방법이나 2 이상의 행위 또는 거래를 거치는 방법으로 세법의 혜택을 부당하게 받기 위한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 그 경제적 실질 내용에 따라 과세하겠다”는 원칙을 활용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각자의 직계후손에게 직접 증여하기보다는 서로의 후손에게 증여하는 이른바, 교차증여를 하면 누진세율 회피를 통해 조세부담이 경감된다는 것을 알고 동일한 숫자의 주식을 상대방의 직계후손에게 상호 교차증여한 것을 배제하고, 이를 각자의 직계후손에게 직접 증여한 것으로 보아 과세한 것은 적법하다는 판결(대법원 2017.02.15. 선고 2015두46963 판결), 모회사가 운용하던 사업의 일부 부서의 인적, 물적 설비를 사업실적이 미미한 자회사에 넘기고 외형을 만든 후에 합병을 통해 자회사의 지분을 늘려준 것은 연속된 하나의 거래로서 증여행위에 해당된다는 판결(대법원 2017.02.12. 선고 2015두46963판결)등이 있다.
◎ 이익소각에 대한 점검대책과 컨설팅 요령
배우자나 자녀에게 증여한 주식을 법인이 취득하고, 감자하는 일련의 과정에 대해 일정한 계획하에 통제할 수 있는 의사결정 권한을 가지고 있는 특수관계인 사이에 거래를 하였다고 하여 조세를 회피할 목적 이외에 다른 이유가 없다고 결론을 내리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다. 세법에서는 납세자가 선택하는 방법과 실행 시기 등에 따라 부담세액에서 크게 차이가 발생한다.
예를 들어, 상장주식에 투자하는 경우에는 처분이 원활하고 대주주가 아닌 한 양도소득세가 발생하지 않는다. 반면에 비상장주식은 원칙적으로 양도소득세가 과세되고, 처분도 원활하지 않아 자기주식 거래를 통해 유동화하는 방법을 선택할 수 있다. 증여의 경우에는 10년마다 공제되는 증여재산공제와 함께 추후 새로운 증여가 발생하면 합산과세가 된다는 점 등 납세자의 선택에 따라 세부담에서 큰 차이가 발생하므로 거래 내용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대법원(대법원 2017. 1. 25. 선고 2015두3270 판결 참조)에서도 납세의무자가 경제활동을 할 때 특정 경제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어떤 법적 형식을 취할 것인지 임의로 선택할 수 있고 과세관청으로서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당사자들이 선택한 법적 형식에 따른 법률관계를 존중하여야 하고, 여러 단계의 거래를 거친 후의 결과에는 손실 등 위험을 부담한데 대한 보상뿐 아니라 당해 거래와 직접적 관련성이 없는 당사자의 행위 또는 외부적 요인 등이 반영되어 있을 수 있으므로, 최종적인 경제적 효과나 결과만을 가지고 그 실질이 직접 증여에 해당한다고 쉽게 단정하여 증여세의 과세대상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고 판시한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자기주식 거래의 핵심은 상법에서 정하는 절차, 세법에서 정하고 있는 시가, 그리고 실질과세원칙의 적용이라고 할 수 있다. 국세청의 점검이 있다고 하더라도 전문성이 있는 세무사가 수행한 경우라면 문제될 것이 없겠지만 외형적인 요건만을 맞추어 무리하게 진행한 경우에는 문제가 될 수 있다. 자기주식 거래와 관련하여 점검을 받거나 세무조사를 받게 될 경우에는 거래의 내용이 상법에 따른 절차를 이행하였다는 점, 그 주식의 대가를 수증자의 책임하에 관리한 것에 대해 입증하면 될 것이다.
그동안 특수관계가 없는 자와의 고·저가 거래에 대한 정당한 사유, 흑자영리법인에 재산 증여에 따른 해당 법인의 주주에 대한 증여세 과세, 재산 취득 후 재산가치 증가에 따른 이익의 증여 등, 새로운 유형의 증여에 대해 세법을 무리하게 해석하여 과세한 사례가 많이 있었고, 이러한 과세도 상당한 시일이 지난 다음에는 이를 취소되는 사례를 많이 보아왔다. 자기주식의 거래도 이러한 유형의 하나로 생각되며, 이럴 때일수록 납세자의 재산권 보호를 사명으로 하는 세무사는 세법의 기본원리에 충실한 절세컨설팅을 할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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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무사신문 제841호(20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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