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세가인] 손자에게 직접 증여의 고민
◆ 세대생략 증여‧상속에 대한 할증과세 취지
우리 세법에서는 아버지가 아들에게 증여하는 것과는 달리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증여하는 경우에는 별도의 할증과세 규정을 두고 있다. 이것을 세대생략가산세라고 말하기도 하는데, 할아버지가 다음 세대인 자녀에게 증여 또는 상속을 하는 경우에는 자녀가 증여세 또는 상속세를 부담하고, 그 자녀가 다시 손자에게 증여 또는 상속을 하는 경우 그 손자가 또다시 증여세 또는 상속세를 부담하게 된다. 그렇지만 한 세대를 건너 뛰어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곧바로 증여 또는 상속을 하면 한 세대분의 증여세 또는 상속세는 회피하게 되는 것으로 보아 이에 대한 과세의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이에 1994년부터 직계비속에게 세대생략증여를 할 경우에는 증여세 산출세액의 20%를 할증하다가 1997년부터는 30%로 상향조정하였고, 2016년부터는 수증자가 증여자의 자녀가 아닌 직계비속이면서 미성년자인 경우로서 증여재산가액이 일정금액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40%를 할증과세 하고 있다. 최근 국회에서는 세대생략 증여‧상속에 대한 가산율을 현재의 30%에서 50%로 상향하는 것으로 개정을 추진하는 것으로 보도되어 이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증여를 상속보다 차별하는 것에 대한 이론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는 증여에 대해서는 상속보다 세율과 누진율 면에서 차별하여 과세를 하여 왔었고, 한 때는 상속세의 최고세율을 50%로 하면서 증여세의 최고세율은 60%로 과세한 적도 있었다. 그러던 것이 1997년부터는 상속세와 증여세를 같은 세율로 적용하면서 최고세율을 45%, 2000년부터는 50%로 적용하고 있고, 세대생략 증여에 대한 할증과세는 1994년부터 적용하여 왔다.
그동안 증여를 상속보다 차별하여 세율을 높게 적용하거나 가파른 누진율을 적용하여 과세하기도 하고, 세대를 건너뛴 상속 및 증여에 대해 일반 국민들에게 위화감을 조성하고 소득불평등 문제를 심화시킨다는 이유로 세대생략 증여에 대해서는 할증과세를 강화하는 것에 대해 이론의 여지도 많다. 조세정책으로서 증여를 봉쇄해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에 증여에 대한 세율이 상속에 대한 세율보다 높은 것은 조세이론상 타당성이 없다. 그래서 미국이나 독일의 경우에는 통합세율을 적용하고 있어서 증여나 상속에 대한 세부담은 중립적이라고 할 수 있고, 영국의 경우에는 증여에 대한 세율이 상속에 대한 세율의 절반수준이기 때문에 오히려 증여를 유인한다고 할 수 있다.
증여세는 상속세에 대한 보완세이기 때문에 증여에 따른 세액을 상속세와 같은 세율로 차별 없이 징수하면 되는 것이고, 오히려 사망시점 훨씬 전에 정부가 세수를 조기에 취득하는 잇점이 있으며, 나아가 증여는 부를 조기에 분산하는 기능까지 가지고 있다. 또한 증여세 세율을 상속세 세율보다 낮게 설정하면 부를 생전에 일괄 증여하도록 장려함으로써 장년의 세대로 하여금 부를 유효 적절히 투자할 수 있기 때문에 국민경제에 활력을 줄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국민경제 활성화 측면에서 보면, 저출산과 고령화 사회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일본의 경우에는 부양의무자 상호간에 생활비 또는 교육비에 충당하기 위해 30세 미만의 자녀 또는 손자에게 1인당 1500만엔까지 비과세를 하고 있고, 부모나 조부모가 20세 이상 50세 미만의 자녀나 손자에게 결혼, 출산, 육아와 관련된 자금을 일괄 증여하는 때에도 1인당 1000만엔까지 비과세하고 있다. 또한 직계존속으로부터 주택취득자금을 지원받는 경우에도 1500만엔 한도로 비과세 혜택을 주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젊은 세대가 왕성하게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하여 생전에 2세들에게 재산을 이전할 수 있는 길을 열어둘 필요가 있어서 가업승계에 대한 증여세과세특례제도를 운영하기도 하고 있으나 법인기업의 주식증여에 한정하고 있다.
◆ 절세전략
세대생략 할증과세는 증여나 상속에 모두 적용된다. 증여의 경우에는 증여세과세가액에서 증여재산공제를 하면 과세표준이 되고, 여기에서 세율을 적용하여 산출된 세액에 세대생략가산세를 적용하게 된다. 상속의 경우에도 상속세 과세가액에서 기초공제, 배우자공제, 그 밖의 인적공제 등의 각종 상속공제를 하여 상속세를 과세하게 된다. 그러나 손자 등에게 유증 등을 한 경우에는 상속인(대습상속은 제외)에 해당되지 아니하여 각종 상속공제를 받은 수가 없게 되고, 세대생략 상속에 대한 30%의 세대생략가산세를 가산하여 납부하여야 한다.
최근에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세대생략가산세를 50%로 할증하면 최고세율을 적용받는 경우에는 한계세율이 75%에 해당되어 사실상 몰수에 가까운 세제가 되어 유증이나 사인증여로 상속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세대를 건너 뛴 증여나 상속을 하는 경우에는 미래가 발전 가능성이 있는 부동산을 취득하여 일정 기간이 경과한 후에 증여하거나 사업을 통하여 증여하는 경우 이외에 단순히 재산을 이전하기 위한 목적으로는 바람직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김완일 세무사 (sejungilbo)